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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나만의 돋보기/이벤트용 서평

<서평> 삐뚤어진 리더들의 전쟁사

표지

 

*인류의 역사 속엔 전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군공을 세운 영웅들이 있는 반면, ‘이 사람이 되선 안 된다!’며 반면교사의 사례로 여겨지는 실패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좋게 보면 인류의 역사 중 자신의 국가를 안 좋은 방향으로 이끈, 전투에서 패배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한 두 명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전쟁사와 현대사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저술했으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실패한 지휘자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옛날에 이러한 인물이 군대를 잘못 지휘해서 크게 패배했다’를 넘어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 중 무엇이 부족했기에 이러한 실수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크다. 그래서 역사 관련 서적이지만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 참고해야하는 책이라고 본다. 책의 챕터는 크게 5개로 나뉘는데 범죄자, 사기꾼, 멍청이, 정치꾼, 덜렁이였다. 각 챕터 안에는 3명의 인물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시대마다 다른 패배자들의 일대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저자들이 영미권 전문가들이기에 실패한 리더 중엔 포러스트, 치빙턴, 커스터, 울슬리 경 등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한 패배자들의 이름도 쓰여 있었다. 난 이보단 맨 처음 소개되는 운게른-슈테른베르크나 로마누스 4세 디오게네스, 노기 마레스케, 니키아스, 레몽 6세, 산타안나, 회첸도르프 등이 흥미로웠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저승에 있을 패배한 리더들도 나름 사정과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당시 처한 상황에 따라 자신은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이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왔으니 그들 역시 참담할 것이니. 인물들의 생애를 읽으면서 누구는 샘통이라 느끼고 누구는 읽는 내가 안타까운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이들처럼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미시적으로 그때 어떤 행동을 해야 했는지 알려줬기에 그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했다.

개인적으론 역시 영미권의 지휘자들의 이야기가 생소했기에 가장 읽기 어려웠고 (그나마 원주민을 학살한 조지 커스터의 이야기는 과거 미국관련 역사에서 자주 접했기에 좀더 이해하기 쉬운 파트였다) 내게 있어 인상 깊은 파트는 노기 마레스케와 로마누스 4세, 레몽 6세, 회첸도르프였다. 

 

목차


지난 번 서평인 합스부르크 왕조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1차 대전 패배로 인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처절하게 파멸하는 모습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기분이었다. 허나 이 책에서 소개된 오스트리아의 군 책임자 회첸도르프 장군의 행보를 읽으면 ‘이 나라는 갈기갈기 찢길 운명이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선 자신이 책임자로 있을 시절엔 조국의 국력을 너무 과하게 여겨 군비 증강도 소홀했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군대를 보내지 않고 적을 과소평가하다 패배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책이나 자료에선 회첸도르프를 마냥 비판하진 않는데 이 책에선 그를 만악의 근원마냥 지정했다. 내 입장에선 독일군에게 짐덩이가 된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의 원흉처럼 보였다. 어쩌면 다른 자료에서 언급되는 긍정적인 모습은 ‘이론으로만 보면 최고지만 실전에선 통하지 않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나름 재밌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던 것은 로마의 크라수스, 고대 그리스의 니키아스 그리고 중세 프랑스 영주인 툴루즈 백작 레몽 6세였다. 이중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파트는 레몽 6세 편이었다. 가톨릭의 묵주기도 탄생에 영향을 준 중세 전성기 때의 ‘알비 십자군 전쟁’ 당시의 분위기는 종교적 광기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고 레몽이 다스리던 지방은 아예 당시 프랑스와 전혀 다른 민족과 언어로 이루어진 다른 나라나 다를 바 없었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그의 조상은 십자군 시대의 영웅이었으나 자신의 휘하 백성들과 친척, 친한 이웃 영주들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고 교황청과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무력 충돌까지 이어지고 이 상황에서 최대한 피해가 적게 가도록 노력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화가 난 부분이다. 그나마 레몽은 니키아스, 크라수스, 로마누스, 노기 등과 달리 자살이나 전장에서 살해당하지 않은 점이 다행이다.

고대 그리스의 니키아스, 고대 로마의 크라수스, 중세 동로마의 로마누스 등은 더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든 이유가, 이들은 어쩌면 역사의 승리자가 될 수도 있었으나 판단 실수와 주변 환경이 점점 불리해지는 것을 보고 그것에 맞춘 임기응변이 필요했으나 그것이 실패하면서 처참하게 패배했고 그들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로마누스의 경우는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재앙적 패배를 맛 본 후 그는 물론이고 동로마 제국 몰락의 역사 400년의 서사시를 열었기 때문이고 오늘날의 튀르키예 사람들만 좋은 일을 해준 셈이다.

반면 동정심보단 비웃고 싶은 마음이 든 리더들은 노기 마레스케와 멕시코의 사령관 산타안나였다. 산타안나의 경우, 거대한 멕시코 제국의 영토 절반을 미국에게 빼앗긴 것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이라 알려져 있어 동정심이 날 법도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독립영웅이었던 과거를 먹칠할 정도로 적군이었던 미국의 반란세력(후에 텍사스가 될 지역의 사람들)을 설득시키지도 못하고 자국민에게도 폭압적인 인물이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태도를 보이거나 ‘나 없으면 아무도 이것을 해결 못 한다’라는 마음으로 나선 일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현대의 멕시코 사람들은 미국의 멕시코 영토 강탈에 대해 분개하지만 산타안나에 대한 평가 때문에 마냥 자국의 슬픈 역사라고 느끼진 않는다는 의견을 들었다.

노기의 경우엔 노기 장군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당시 노기가 참전했던 러일전쟁은 결과론적으로 보면 현대 한국인들에게 슬픈 일이었지만 당시로선 조선 사람들도 러시아보단 일본을 응원했었고 일본 역시 도박하는 심정으로 전쟁하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일본이 패전할 수도 있었다. 근대 국가로 나아가면서 저지르는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 처참한 게 문제지만, 지휘부들이 구시대적인 전술과 전략으로 자국 병사들을 소모시키는 일에 대해 반성하는 일이 없었고 ‘아군의 피해는 최소로, 적군의 피해는 최대로, 자원을 아끼면서 자국 병사들을 극진히 여기는’ 법칙에 대해 노기는 지나치게 소모전 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많은 병사들이 러시아군의 기관총에 맞거나 포탄에 산산조각 나 죽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자존심과 프로파간다를 위해 당시 일본군의 약점을 일본정부나 천황가, 군부 모두 언급하길 꺼려했고 하필이면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군인정신의 표본이라고 치켜세우기 일쑤였다. 결국 일본군은 러일전쟁에서 드러난 어두운 약점을 개선하지 못한 채 비효율적이고 피로도가 높아지는 군대 운용으로 2차 대전까지 그 관습을 끌고 가다가 ‘세계를 다스리는 강대국 중 하나’에서 ‘미국의 감시를 받는 군대가 제한된 현대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어쩌면 일본의 끝없는 욕심이 화를 자초해 한국이 다시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맨 처음 파트인 운게른-슈테른베르크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는, 그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알려주는데 상황 자체가 러시아 백군에게 매우 불리했기에 운게른이 할 수 있는 건 외곽 지역인 몽골에서 버티는 게 전부였다. 폭력적이고 광적인 행동으로 패배로만 가는 길을 열었다고 책에선 비판하는데 공교롭게도 현대엔 운게른에 대해서 마냥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들어서 의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운게른의 몽골 지배가 현대 몽골 역사에 매우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인식하지만 한편으론 중국의 몽골 지배를 막아내고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완충지대로서 독립국가 몽골을 유지시킨 이유 중 하나를 운게른에서 찾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운게른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은 아니고 자신만의 망상을 이룩하기 위한 행동이었음은 변함이 없다. 허나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운게른의 광적인 행보 상당수는 대부분 그가 직접 말하기보단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진 것이라 가려서 들어야 한다는 자료를 최근에 봤다. 때문에 운게른에 대해선 그저 리더십으로서 조심해야 할 부분만 참고해야 한다고 느꼈다.

일단, 이 책에서도 ‘이 서적으로 해당 인물들의 전부를 보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것만으로 리더십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니 다방면에서 더 많은 학습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선 개개인 혼자가 수십억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도 해야 하고 자신을 어필해 스스로 재화를 생산해야하기에 필연적으로 사람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는데 그 과정에서 개념을 익히기에 괜찮은 입문 서적이라 본다.

(리뷰가 이번에도 굉장히 늦엇습니다. 이 점은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