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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나만의 돋보기/이벤트용 서평

<서평> 재앙의 정치학, 둠Doom (니얼 퍼거슨 저)

책 표지
초반 일부
힌덴부르크 호 사건

 

*니얼 퍼거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 세계적으로 안티가 많은 학자다. 아무래도 한국의 이영훈 교수처럼 ‘과거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들이 나름 그 시절에 발전하기도 했다’라는 의견을 피력해서 욕을 먹은 거 같다. 사실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고 느껴본 결과 과거는 무조건 사악하다고 욕만 할 수는 없는데 여전히 욕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불쌍해 보인다. 위대한 현자라고 지나치게 숭상 받는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와 정 딴판이라 이것도 처세술과 이미지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매우 어려운 문제다.

처음 잡설은 여기까지, 일단 니얼 퍼거슨은 보통 ‘서양의 보수주의 역사학자의 대명사’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2020년대 지구 상황에 일반적인 좌우를 가르는 기준으로는 현실의 여러 가지 사건을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사람에 따라 보수나 우파에 대한 기준도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나는 이런 설명이 답답한 부분이 보인다만 뭐 일단 보수주의 역사학자라고 쓰긴 쓸 것이다. 유명한 저서로는 ‘위대한 퇴보’와 ‘시빌라이제이션’이 있다.

저자의 신작은 ‘재앙’ 혹은 ‘재해’에 대한 관점을 설명하는 책에 가깝다. 정확히는 처음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전 세계가 중국과 똑같은 통제사회를 향해 달려가는 한심하고도 안타깝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팬데믹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긴 한다. 정확히는 팬데믹을 설명하다가 이것저것 인류역사에 나오는 재해들을 설명하는 시간이 주를 이룬다. ‘인간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재해-재앙에게 박살나는 운명이다’가 본 책의 주제같다. 어느 나라는 피해에 비해 이후의 역사를 잘 쓰고 서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비교하는 것도 있다.

일단 이 서평은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넘어가라. 나는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하고 괴롭게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사람은 자기는 우파라고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나 보리스 존슨을 철저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라고 깎아내리고 2020년의 미국 대선을 트럼프의 자업자득이라고 말한다. 지지자들과 정부를 안 좋게 보았는데 일단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책임을 대통령이나 총리가 무능해서라고 깎아내리진 않는다. 이 사람은 오바마나 빌 클린턴도 까기도 했다. 모든 게 정치인 탓으로만 돌리지는 말라고 한다. 비슷하게 나심 탈레브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역사 속의 인과관계에 대해 ‘내러티브 오류’라고 지적한 부분이 있던데 흥미롭게도 이 중에는 ‘전 세계에 이슬람주의가 만연하고 알카에다나 다에쉬-IS같은 무시무시한 테러 단체가 등장한 이유로 무슬림형제단의 사이드 쿠틉이 사상적인 대선배라서 전 세계가 이꼴이 난거다’라는 부분을 ‘잘못된 오류’라고 말하는 부분이 섬뜩했다. 그럼 그들이 난동부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설마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탓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까지 그렇게 믿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 들었는데 다시 그 생각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야만 하는 건가? 이 부분이 좀 그랬다.

트럼프를 마냥 까진 않았지만 사람마다 지켜보는 관점도 다른데 일단 ‘우한 아니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일부러 누군가가 풀어서 전 세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는 플랜데믹이나 그 외의 자잘한 음모론을 섞은 인포데믹이라는 단어를 한 파트에 넣으면서 ‘나는 이런 것을 믿지 않으며 이걸 지지하거나 일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람취급하지 않겠다’는 느낌으로 쓴 거 같다. 허나 확실한 건 시작은 중국이 했으나 결국 결과로는 중국은 별 다른 타격을 입지 않거나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서구 사회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빚더미에 오르고 잘 모르는 후진국 작은 나라들까지 죄다 하늘길이 막히고 이상한 마을에서도 갑자기 병실에 사람이 가득 찬 상황이 일어나면서 ‘백신을 맞지 않으면 벌금 얼마, 혹은 징역, 취업금지 대중교통 금지, 생필품 구입금지’같은 끔찍한 처벌과 통제사회로 아주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만 지나면 ‘변이’가 나오고 ‘강력한 주류언론’이 ‘공포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옥죄기에 어쩔 수 없이 잔인하고 무서운 통제 정책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끌고 가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말한 거처럼 ‘중국이 실은 코로나19가 아니라 권위주의를 수출 한 것이 아닐까’라는 농담으로 볼 때 플랜데믹이나 인포데믹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저자 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나 보다.

이어나가면 재앙의 세 종류로 3마리 동물로 표현한 단어를 설명하는데 회색 코뿔소(그레이 라이노), 검은 백조(블랙 스완), 제일 쎈 대빵 용(드래건 킹)이 그렇다. 회색 코뿔소는 예측 가능한 재앙, 검은 백조는 예측 불가능한 재앙이고 이 재앙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대빵 쎈 용이라고 본다. 이 3마리 동물 비유형 재앙 중 블랙 스완은 위에서 언급한 ‘나심 탈레브’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로 현실에서 ‘누구누구 정부 때문에 경제가 엉망이 됐어!’라고 화를 내는 사람보다 ‘이건 운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재앙이니 뭐라 하지 말아라’고 현실의 고통을 인정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들이 사용하는 용어다.

한마디로 재수 없게 걸린 천재지변을 뜻한다고 보는데 이를 니얼 퍼거슨이 역사 속의 여러 재앙들을 설명하면서 그 개념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역사 속의 여러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연결 고리를 통해 사상이 바뀌는 과정도 보여주기도 하고 강대국들의 상황 수습을 설명하는 파트도 보인다. 후반부는 경제적 결과와 미래에 대해 서술하는데 일단 이 부분은 경제관련 다른 서적들이나 신문, 칼럼, 미래학자와 정치평론가들의 설명으로 알고 있었던 것인데 참담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나는 트럼프나 보리스 존슨 그리고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들을 보통 사람들이 떠드는 대로 ‘나라를 망친 원인’으로 보는데 나는 ‘이런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라면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사람을 따른 것이며 이는 결과로 봐야한다’고 보는데 세계화의 어두운 이면을 결국 증명시킨 사건이자 각국 중산층 평민들은 경제적으로 고립되고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했기에 선거를 통해 저항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데 나름 트럼프가 좋은 일을 한 부분도 있는데 반해 이 망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선거도 패배당하고 저자인 니얼 퍼거슨에게 조롱이나 당하는 처지에 몰려있고 현재 미국은 돈을 하도 풀어서 전 세계적인 부동산 폭등을 일으켜버리는 생지옥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건 다른 지역의 정보를 통해 경제를 모르는 나조차 알 정도로 공포영화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모든 잘못이 지지자들과 집권층 수반에만 있지 않다고 변호를 약간 해주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코로나19의 시작을 중국으로 보는 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시각으로 쳐다보는 것이 불안했다. 이 부분만큼은 아직 대통령이었던 시절 트럼프와 그 밑 부서 사람들이 우한 연구소에서 조짐이 보였다고 그렇게 떠들어댔으나 전 세계 언론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으며 슬슬 정치와 상관없는 여러 유튜브 채널이나 다큐멘터리, 생활관련 칼럼, 버라이어티 쇼에선 ‘코로나는 인간이 기후변화를 일으켜서 생겨난 것이므로 우린 착하게 살아야하며 앞으로 산업을 다시 바꿔야 하는...’ 등의 짜증나는 잔소리보다 못한 소꿉장난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작은 중국이 했으면서 결국엔 전 세계가 통제사회의 공포를 영원히 맛봐야하는 설움을 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똑똑한 사회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연결 지으면서 미래 산업에 대한 통제까지 생각하고 있는 점에서 불안한 부분이 많다. 저자인 퍼거슨 교수님도 아쉬운 부분이 여기인데 분명 초반에서 ‘아.. 나는 마스크를 1시간 이상 쓰고 있지 못 하겠다’라고 솔직히 말했음에도 바로 다음 부분에선 ‘매년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한 점에선 이미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죽은 것보단(사실 중국은 사망자 수를 조작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 역시 주류 언론에 의해 사망자 수가 조작됐다 - 예를 들면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어도 코로나로 죽었다고 발표하고, 미국엔 마약 중독자들이 워낙 많아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냥 보통 사람들은 순식간에 괴물이 쳐들어와서 수십만이 학살(트럼프 정부가 방치해서)당했다고 믿어버린 것 - 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허나 니얼 퍼거슨은 이 의혹제기를 인포데믹의 일부로 여길 것 같다)그에 못지  않게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백신에 의해 영구 장애를 입거나 장애까진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음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의 입에서 너무 무책임하게 나온 주장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비슷하게 보수주의 학자라고 알려진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교수(정작 피터슨 본인은 자신을 정치사상으로 분류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는 ‘제발 강요 좀 하지 말라’고 절규한 거에 비하면 확실히 아쉬운 발언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생각난다. 현재 한국에선 방역 체계를 두고 괴롭고 너무하고 잔인하다고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미국은 오히려 한국과 대만과 자신들을 비교하며 현 한국의 방역 체계를 매우 부러워한다던지 개인정보의 국가소유와 같은 무시무시한 떡밥을 너무 간과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튼 전체적인 내 평은 ‘니얼 퍼거슨답지 않은 아쉬운 책’으로 보인다는 것. 저자의 다른 책들도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그럼에도 어느 정도 책의 내용에 일리가 있고 끄덕여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번 책은 재앙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미래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인류를 비판하는지 아니면 찬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박한 평가를 심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정치체제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왔는데 설령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끔찍하고 괴로운 체제가 오더라도 사람들을 설득시켜 그것을 예방하기 보다는 그냥 나 자신이 수긍하고 지배당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속성을 ‘정치적 숙명’ 혹은 ‘역사적 숙명’이라고 들었다. 예를 들면 정치적 올바름이 수십년 간 서구 사회를 지배해서 사람들이 염증에 걸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을 만들었는데 다시 코로나19로 인해 통제지향적인 무서운 정치인들이 그를 대체하고 겨우 무찌를 줄 알았던 정치적 올바름이 계속 우리를 괴롭히며 세계적인 사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에도, 그것을 힘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마주할 때. 그것도 정치적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바 있다. 나는 그것을 일단 부정한다. 나에게 좋을 일이 없을 테니까.

니얼 퍼거슨은 곳곳에서 떠들어대는 떡밥인, 어둡고 무시무시한 정치적-역사적 숙명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것인가? 알고 싶다.

덧붙여, 국내 번역판 제목에 관한 개인적인 망상인데 2021년 마지막 날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의 대통령에 대한 나쁜 별명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 이유는 책 끝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제목을 ‘재앙의 정치학 - 둠(파멸)’이라고 적거나 ‘둠=파멸(Doom), 재앙의 정치학’이라고 적어야 하는데 ‘둠 재앙의 정치학’이라고만 쓰여 있었기에 의도적인 제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었다. 이건 이거대로 곤란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