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 나만의 돋보기/이벤트용 서평

<서평>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책 표지

 

*미국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같이 읽어나가던 책인데 저자와 출판사에겐 우선 양해의 말씀을 드리면서 서평을 시작하면요. 개인적으론 ‘조선 역사 보여주기를 가장한 보편복지 호소문’으로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 후술하겠습니다.

일단 저자분의 이력 중 딴지일보 출신이라는 부분 때문에 걱정이 들었지만 수 많은 조선 관련 인문서적처럼 ‘조선 왕조는 참 대단해요!’라며 마냥 찬양하는 책은 결코 아니고 현대 국가의 복지와 조선 왕조의 복지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시민의 어려움에 대해 이겨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 현대 국가의 복지라면 조선 시대의 그것은 ‘신분이 낮은, 하찮은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니 우리(지배층)가 선심으로 도와야 한다’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사상이었는데 제도 자체는 나쁘게 볼 수는 없을지라도 신분제 사회의 관점을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 나왔습니다.

흔히 조선왕조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논쟁과 싸움에서 거론되는, ‘조선왕조는 역사적 상황과 지리적인 한계로 인해 태생적으로 경제력이 전반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도 ‘그래도 다른 전근대 국가들과 달리 조선왕조에선 최대한 백성들을 노역으로 괴롭히지 않으려 했으며 구휼정책을 많이 실시했다’를 같이 서술했습니다.

단순히 조선시대의 복지제도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괜찮은 입문서기도 합니다. 또한 위에서 말했듯이 ‘조선 대단해!’만 외친 것이 아니고 이 제도를 악용하거나 유명무실한 법이 된 과정도 서술하면서 역사의 어두운 뒷이야기도 추가합니다. 복지제도가 있었다고 조선사회를 이상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또한 이런 정책이 다 소용이 없다고 비난하는 방식도 아닌 ‘어려움 속에서도 최대한 사회유지를 위한 노력’이란 관점으로 표현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아슬아슬(?)하게 책 끝까지 이어집니다.

 


다만 확실히, 마지막 부분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복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저 역시 많은 복지를 받고 싶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욕심이겠죠. 허나 보편적 복시가 필수라며 호소하는 식의 마무리는 무리수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록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라곤 하지만 보편복지의 상징인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했다가 실패한 사례들도 세계적으로 거론되었고 코로나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각종 지원금들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만큼 높아지는 물가와 나아지지 않는 생활환경, 각종 야바위로 인한 복지제도 구멍과 사각지대 그리고 필연적으로 높아지는 세금과 한쪽으로 몰리는 부동산 빈부격차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마무리가 마치 ‘이것에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면 당신은 아쉬운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이 부분을 빼고 좀 더 조선왕조 시기의 복지제도를 더 많이 팠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을 빼면 오히려 객관적인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