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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나만의 돋보기/이벤트용 서평

<서평> 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아래 글은 네이버의 '부흥 카페'의 서평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

 

책 표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기에 앞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그리고 대런 애쓰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 가’와 뱅모 박성현의 ‘상징의 탄생’에 대해 언급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위의 책들은 일단 모두 인류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과정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추적한 연구 서적들이기 때문이다. ‘사피엔스’의 경우 ‘1분과학’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 인간이 전 지구를 빠른 속도로 석권한 이유를 ‘신’이라는 존재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하는데 진짜로 신과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상상의 존재를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상상력’을 이용하여 부족단위를 넘어 국가와 대륙 단위의 인구를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능력이 인간에게 생긴 것을 설명한 것이었다.

 

 

(1분과학 채널의 사피엔스 리뷰 영상)


호모 사피엔스의 상상력과 그로 인해 생겨난 가장 강력한 힘인 ‘종교’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을 유발 하라리는 설명한다. 다만 그는 농업의 시작을 인류 역사 최악의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는데 농업으로 인해 인류는 더 건강이 악화됐다는 자료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이번에 서평을 쓰게 된 ‘오리진’은 ‘총, 균, 쇠’와 마찬가지로 지구의 환경이 인류의 역사적 행보를 결정한 계기라고 설명한다. 다만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설명과 명백히 다른 부분도 있다. 다이아몬드가 말하길, 경우 약 5천년 정도의 역사 동안 지구의 환경이 각 문명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쓴 것에 가깝다면 오리진의 저자 루이스 다트넬의 경우는 인류의 역사를 결정한 각종 자원과 지형을 만든 것은 지구의 지각활동과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며 이 결정은 이미 수억 년 전 고생대와 중생대 그리고 신생대의 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는 것에 가까워서 어떻게 보면 총, 균, 쇠의 ‘정신적 후속작’이자 ‘더 넓은 확장판이자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런 애쓰모글루가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처럼 오직 사람의 선택과 우연의 일치로 인해 역사가 결정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또 뱅모 박성현이라는 정치 평론가가 쓰신 ‘상징의 탄생’ 역시 사피엔스와 오리진에서 언급된 이야기와 비슷한 구조의 내용이 쓰여있었다. 이번 시간은 오리진의 내용에 관한 평이니 다른 책들에 대한 언급은 이제 자제할 예정이다.

일단 이 책은 역사책보단 지리와 화학 그리고 지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책 내용의 3분의 2에 달한다. 따라서 역사는 좋아하지만 과학에 약한 사람들이 읽기엔 초반에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지도 그리기 놀이를 좋아했던 나도 지형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높은 지형과 낮은 지형의 차이 그리고 특정 지형을 말하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글을 읽는데 굉장히 난해함을 느꼈다. 그래도 공룡이나 신생대 동물을 좋아하는 고생물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읽을 수는 있다. 그래도 최소한 고생물학과 고고학 그리고 지리와 기후에 최소한의 상식은 있어야 좀 더 재밌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장부터 6장까지는 역사적인 이야기보단 전 세계의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서 다시 정리되는 중요 사항은 먼저 우리가 인간의 진화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잡아주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 순서대로 인류가 진화한 것이 아니라 네안데르탈인과 북경원인 그리고 데니소바인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시기에 갈라진 다른 인류라는 점이고 일부는 현생 인류와 결혼을 통해 흡수됐으나 상당수는 섞이지 못하고 멸종해버렸다는 점.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시기는 겨우 6만년 전부터였다는 것이다. 이 전에 아프리카를 먼저 나간 인류들은 유전학적으로 현재 우리의 직계 조상이 아니라는 점! 그러나 현생 인류가 늦게 아프리카를 빠져나왔다 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게 먼저 나간 다른 ‘호미닌(영장류 중 인류에 속하는 종족들)’들보다도 아프리카에 남아있던 현생인류는 그들보다 더 험난한 환경 변화 속에서 적응하며 살았기에 모든 신체활동과 지식, 감정을 다스리면서 이웃과 협력하는 능력 면에서 다른 인류 종보다 우월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는 일단 동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호미닌 종들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지질 시대 기준으로는, 아주 빠른 시간동안 주변 환경이 변화했고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선 호미닌들이 도구도 사용해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했으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결집시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 것이라 설명한다. 이렇게 만든 것은 지구의 의지 그 자체다.

인류가 사용하는 각조 자원 - 석탄과 석유 그리고 목재와 인류와 함께 생명의 역사를 쓴 각종 가축들 - 소와 돼지, 개와 낙타 그리고 닭, 인류의 식생활 그 자체인 밀과 벼 그리고 감자와 고구마 등의 작물과 각조 향신료가 왜 어째서 어떤 작물은 동남아시아에서만 재배되고 어떤 작물은 왜 중동과 인도에서만 재배되는지에 대해서도 이것은 판 구조론에 입각한 지각활동과 새롭게 생성된 지형으로 일어난 기후변화와 태양의 영향력 등으로 생겨난 해수면의 변화 그리고 어디는 사막이 되고 어디는 정글이 되는 지형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문명의 시대를 이끌었다는 점이 오리진이라는 책의 반복되는 핵심 내용이다!

그나마 7장부터는 로마제국과 한나라의 비교를 통한 실크로드의 생성과정을 설명하며 지질학과 역사 중에서 후자의 비중이 커지는데 그래도 지질학에 대한 설명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은 2016년 미국 대선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2017년 영국 총선의 노동당 참패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역시 각 나라의 지형에 잠긴 천연자원과 그 자원을 만든 인류 이전의 역사에서 일어난 지질활동을 설명하면서 인간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와 일맥상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재밌는 것은 총, 균, 쇠를 읽었을 때는 거부감과 당하는 문명, 정복하는 문명의 입장이 들어가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불쾌감이 조금 들었으나 이 책은 그러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나마 비슷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되는 유라시아의 거대한 강들을 가리켜 급수탑이라는 호칭을 붙여 중공이 티베트인들을 그렇게 괴롭히고 그들을 동화시키려는 행동을 하는 이유로 자신들의 이익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말을 남기긴 했다. 그래도 총, 균, 쇠보다 불편한 기분이 들진 않았다)

가장 재밌던 부분은 유럽인들이 지표면의 바람을 읽는 법을 깨달아 대항해시대를 열었다는 부분이다. 특히 네덜란드인들이 포르투갈의 눈치를 보면서 동남아시아 향료 패권을 가지려고 노력할 때 동아프리카에서 자바 섬까지 부는 강력한 바람을 발견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부분에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힘’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리진은 어려워 보이면서도 조금만 더 집중해서 읽으면 석유와 석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나마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석탄은 간단하게 말하면 ‘고생대 석탄기 시대’에서 저지대에 위치했던 거대한 나무들이 죽은 후 지질시대의 기준으론 빠른 속도로 해수면이 변하는 과정 속에서 썩지 않고 땅속에 파묻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것(석탄기가 6억년 생명 역사 중에서 가장 추웠던 시기였다. 그 이유는 초대륙 판게아 시절 + 지각활동이 계속 되면서 온실효과가 너무 지나치게 낮아진 것도 있었다)이고 석유는 ‘중생대 백악기 시대’동안 석탄기와 반대로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시대였고(해수면이 지금보다 300미터 높았고 온도는 8도나 높았던 뜨거운 시대이며 남극에도 수풀이 가득했던 시대) 대륙들이 쪼개지면서 바닷물이 대륙 곳곳을 흐르는 시절이었는데 얕은 바다들이 많았고 심해엔 산소가 전혀 없어 수많은 플랑크톤들이 죽어서 산소가 없는 바다 밑바닥에 떨어져 썩지 않고 땅속으로 사라졌는데 그것이 석유가 된 것이다.

석탄기와 백악기의 나무들과 플랑크톤들이 오직 햇빛과 근육을 통해서만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던 인류에게 큰 축복을 주었으나 한편으론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저주를 주었다는 식으로 이 책 역시 ‘기후변화 인류 원죄론’을 어느 정도 밀지만 다른 책과 달리 그렇게 중요하게 말하진 않고 작게 언급하는 식으로만 끝내기에 담백하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엔 핵융합 개발에 대한 희망을 밝히면서 ‘지구의 자원을 가공하는 중간과정을 없애 기후변화 인류 원죄론을 크게 깎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면서 책은 끝맺는다. 개인적으론 단순히 판타지 소설을 쓸 때에도 각 세계관의 지도에 표시된 산맥과 숲 그리고 강과 사막, 초원을 비롯한 지형들이 해당 세계관의 역사와 생활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책이라 본다. 따라서 단순히 지금 서평뿐 아니라 나중에라도 다시 꺼내 곱씹으며 읽을 만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가 인류를 만들었다는 핵심 주제에 대해 이러한 팬아트를 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