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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나만의 돋보기/이벤트용 서평

<서평> 진실의 흑역사 - 난 구라쟁이, 작가 당신도 구라쟁이!

책 표지

 

*“입만 열면~ 그지~잇~말이~ 술술~”, 모 여배우 분의 명대사가 들어간 부제가 들어간 이 책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시자 작가이신 톰 필립스의 저서로 인류 역사(주로 영국과 미국이지만)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사기꾼과 사람들의 거짓된 망상과 믿음으로 태어난 해프닝들 그리고 유명한 역사 속 사건들의 숨겨진 진실들을 모은 책이며 유튜브에선 ‘인간의 흑역사’라는 작가의 전작이 소개된 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IVWvefAOw4

작가의 전작, ‘인간의 흑역사’를 소개한 유튜브 영상)

 

일단 유쾌하고 재밌게 읽어나간 책이다. 서평을 쓰기 위해 읽은 책 중에선 2020년 최고의 책이라 볼 수 있다. ‘읽으면서 웃긴 기분이 드는 감정’으로 보면 말이다. 인간은 항상 사건이 벌어지는 곳을 찾아 나서는 구경꾼 기질이 있지 않은가? 불구경, 싸움구경, 사람구경 말이다. 그 본능을 유혹하듯 온갖 사람들의 실수와 만행(?)을 재미있게 열거해나간 점에서 간만에 즐거운 독서 시간을 가졌다.

작가는 수많은 가짜뉴스와 이상한 도시전설 혹은 웃지 못할 해프닝과 사기꾼들이 범람하는 궁극적 이유를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주로 ‘노력 장벽’, ‘정보 공백’, ‘개소리 순환고리’, ‘진실이라 믿고 싶은 마음’, ‘자존심과 무관심’ 등이 있다.

노력장벽 : 누군가 어떤 주장을 하면, 그 주장이 사실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작업이 어렵거나 귀찮아서 넘어가게 되고 주장을 진실로 여기게 되다가 나중에 ‘노력’을 통해 ‘진실’을 발굴한 사람에 의해 ‘거짓 주장’이 파괴되는 데에 필요한 노력을 뜻한다. 과거일수록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누군가 허풍을 치면 그 허풍이 진실인지 알기 힘들다.

정보 공백 : 노력장벽이라는 현실 때문에 누군가 어떤 주장을 하거나 거짓된 행위를 하더라도 그것을 마주친 사람들 입장에선 해당 주장 혹은 행동, 개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되어있고 누군가 옆에서 ‘저건 저래서 그렇다’고 설명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해당 정보를 믿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음 : 예를 들어 책 중반에서 언급되는 영국의 한 협잡꾼의 농간에 대해 국왕은 명백한 거짓이라 판단했지만 주변신하와 영국 사회에선 협잡꾼이 말하는 내용을 진실이라 믿고 싶은 믿음을 밀어붙여 국왕의 반대에도 협잡꾼의 정치적 농간은 성공하여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투옥되고 죽임을 당한 일이 발생하고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당시 사회의 정치적인 분위기에 따라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존심과 무관심 : 일단 무관심은 진실이 밝혀져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고 반응하거나 ‘이걸 파헤치는 것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무시하는 태도이고 자존심의 경우 정치적으로 혹은 직업을 걸고 서로의 주장이 옳다는 식으로 대결을 펼치다 한쪽이 패배할 경우 패배한 쪽은 도무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계속 거짓말을 이어서 만들거나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로까지 믿는 경우가 있다.

이런 법칙으로 많은 가짜뉴스가 생겨났고 그로 인해 막대한 피해도 생기고 사람들에게 우스꽝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재밌는 건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고 작가 본인이 굉장히 존경하는 인물로 미국의 위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책의 진주인공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이다. 사실 섬뜩한 기분도 들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벤저민 프랭클린이라 하면 초기 미국역사를 이끈 위대한 과학자이자 저널리스트라고 존중받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 언론을 폐간시키기 위한 음모와 공작을 일삼았고 인류 역사를 소소하게 바꿀 정도의 편협한 광기가 들어간 가짜뉴스를 많이 만든 것도 그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작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기 스스로를 거짓말을 만드는 게 너무 즐겁다고 그런 행동 자체를 즐겼다고 자랑했다고 다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나쁘거나 좋지 못한 사람으로 격하된 느낌이 드는 ‘토마스 에디슨’이나 ‘노구치 히데요’와 달리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미지가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다. 마치 체 게바라와 같이(모 논객이 ‘체 게바라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인데!’라고 일갈한 몇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 사회의 아쉬운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만행(?)으로는 비록 괴짜였지만 나름 열심히 사업을 일구며 1700년대의 신문이라 할 수 있는 책력이라는 종이 책자를 발간하던 타이탄 리즈라는 업계 라이벌을 이미 죽은 사람으로 매도하며 책력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고 리즈의 저항을 더 심한 거짓말로 뻔뻔하게 몰아가다가 결국 그가 진짜로 죽고 나선 죽기 직전까지 프랭클린과 싸우던 리즈의 책력을 엉망진창 가짜라고 더더욱 깎아버려 세상에서 없애 버린 것이 첫째요. 두 번째 만행(?)은 ‘사일런스 두굿’이라는 가상의 여성을 창조하여 그녀가 마녀재판을 받았다는 가짜뉴스를 재미삼아 만들었는데 나중엔 바다 건너 전 유럽까지 퍼져서 다양한 도시전설을 만들어 버렸다는 점에, 세 번째 만행(?)은 ‘영국군의 사주를 받은 인디언들이 미국인들의 머리 가죽을 벗겨냈다!’라는 모함 섞인 뉴스를 발간한 점이다. 그것도 아주 정교한 위조 신문을 디자인하는 저력까지! 네 번째 만행에는 ‘저지 데블’이라는 가상의 요괴를 창조한 이력이다. 이 중 첫 번째는 명백히 2020년 현재 기준으로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모함 그 자체이고 세 번째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기폭제도 되었다는 점에서 프랭클린의 죄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거와 별개로 프랭클린의 진정한 업적을 무시하지는 말아야겠다)

이 외에도 뛰어난 지도 제작자의 막연한 믿음과 추정 때문에 생겨난 ‘콩 산맥’과 오래된 ‘달의 산(개인적으론 나일강의 발원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부였다)’과 ‘사제왕 요한의 왕국(프레스터 존)’ 전설을 언급하고 존재하지도 않은 나라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이민자들이 뭣도 모르고 그 곳으로 가서 조난당해 죽게 만든 영국인 그레거 맥그레거 장군과 미국인들의 추천 제도를 악용하여 열심히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산 (그래도 다른 사기꾼들에 비해 양심적인) 월도 디매러(그래도 이 사람은 6.25 전쟁 때 부상병들을 죽음에서 구해낸 업적은 있다), 공산당의 권위와 엄청난 양의 서류더미 들이밀기로 사기를 친 스탈린 시대의 사기꾼 블라디미르 그로모프(심지어 사기에서 걸려 분명 사형당해야 했는데 10년 노동형으로 감형까지 받았다. 그것도 재미없는 B급 연애 희곡을 썼다는 이유로, 작가는 그게 사실이 정말 맞냐고 의문을 가진다)과 귀엽지만 온 세상을 속인 프랑스의 테레즈 욍베르 여사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제일 골 때렸던 건 P.T. 바넘이라는 미국인 사기꾼인데 이 사람은 똑같이 사기를 치는 다른 사람들을 매도하고 고발하는 ‘세계의 사기’라는 책을 써서 심령술과 강령술에 심취한 사람들의 돈을 갈취하는 범죄자들을 고발했다는 점이다. (그런 주제에 자기 역시 여러 가지 수법으로 사기를 치고 계속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식으로 자신의 범죄를 덮어갔다) 이미 수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문명에서도 구리 광산 사기로 문제를 일으켰던 에아나시르라는 고대인의 사례도 쓰여 있어 가짜뉴스와 사기 그리고 여러 가지 소문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인류 역사와 함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론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 망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한 마디는 해야겠다. 서문에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라고 써놓았고 서문과 책 초반을 읽으면서 나도 약간의 반항심을 표출하고자 “넵, 저도 구라쟁이인데 작가님 당신도 구라쟁이고 우리 모두가 구라쟁이에요!”라고 말하고 싶다. 비꼬는 의미로 쓴 것은 아니다. 일단 언론의 역사를 거론하면서 작가 스스로 자신은 언론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언론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며 거짓말 혹은 부풀린 이야기를 만드는 기자들을 오히려 더 좋게 볼 정도로 사업적으로 그리 될 수밖에 없다는 환경을 꾸짖었고 자기 스스로도 거짓말을 만들어서 BBC에서 해명해야 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머리말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말한 거짓말은 워싱턴 포스트의 팩트체킹 기관에 따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라는 구절로 보아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을 매우 증오하고 싫어하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기서 나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미국 사람들의 ‘주류 언론에 대한 피로감과 환멸감’이 쌓여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했고 아무리 봐도 그것이 사실 같다.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 ‘변질된 주류 언론’ 중에는 CNN,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등이 거론된다. 내가 보기에도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룰 때의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은 정의롭고 진실 된 사람들이 많았을지 몰라도 현재 대부분의 주류언론들은 흔히 말하는 ‘기레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이 생각을 버리기가 어렵다. 물론 나에게도 ‘노력장벽’이 높다고 느끼기에 겁이 많다고 말하고 싶다.

우스갯소리로는 나도 만우절 기념으로 가짜뉴스를 만든 적이 있고(콘스탄티누스의 석관 발견, 안톤 체호프의 숨겨진 원고 발견, 그리스와 핀란드의 과학자들의 중국의 환경 정책을 극찬했다는 등) 아주 잠깐이나마 언론사에서 카드뉴스를 만든 기억을 살펴보면 각 언론사마다 강령과 성향이 있고 이것에 따라야 하기에 항상 언론에 따라 같은 사실도 다르게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팩트라는 것도 상황과 관점에 따라서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숲 속에서 땅바닥에 반쯤 베어 먹은 사과가 발견됐다고 했을 때 이 사과가 발견된 건 팩트지만 이 사과를 사람이 먹어서 버린 건지, 나무에서 벌레가 먹다 떨어진 것인지, 짐승이 먹다 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작가님께서 팩트 체크기관에서 일하신다고 하지만 나로서도 전적으로 그것만이 진실이라고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점점 저널리즘적인 시각으론 같은 사실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진실을 나열하기보단 이제 그걸로 어떤 주제를 말해야할까라는 생각도 해봐야한다는 기분도 들었다.

 

 

각종 만행을 저지른 벤저민 프랭클린을 그려보았다.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