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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나만의 돋보기/이벤트용 서평

<서평>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6권 (+5권)

책 표지

 

**2021년의 절반이 지나서야 올해 첫 서평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만화임에도 서평을 쓰는 시간이 늦었던 이유는 이화백판 5권도 같이 구매하여 연속으로 읽으면서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5권 서평에는 참여하지 못해 중간의 내용을 알 수가 없어 6권 서평에 대해 걱정을 했었는데 운 좋게 5권을 구매할 수 있어 전체적인 큰 그림을 다시 제대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이 서평에선 5권의 내용도 언급하면서 다루려고 한다. 이번 주제는 진시황과 진나라라는 존재가 중원을 통일하는 과정과 그 당사자들의 몰락이다.

이희재 화백의 만화판이 말하는 사마천 사기의 핵심 주제는 ‘이 세상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라는 것인데 여기에 부합하는 인물이 진시황과 그의 아들인 호해 그리고 진시황의 실질적인 아버지인 여불위다. 만화에선 일반적인 정설인 ‘여불위가 진시황의 친아버지’를 채택하여 풀어내는데 어찌됐건 여불위가 진나라에서 가장 힘이 없던 왕자인 자초를 눈여고 보고 그가 왕위를 계승할 수 있게 도와줬고 하필 그 자초가 왕으로서 오래 살지 못해 아들인 ‘영정(진시황의 본명)’이 이어받아 진시황이 된 아이러니가 재미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여불위가 만든 특이한 상황은 훗날 그의 목숨도 앗아간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여불위가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혹은 형가의 암살 시도가 성공했다면? 인류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

역사를 바꾼 실수 #1
역사를 바꾼 실수 #2

물론 개인적으론 시대가 진시황을 불렀다고 생각하며 진시황 하나 사라진다고 중원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더 혼란스럽게 분열의 시대가 계속 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의 발자취로 인해 아시아를 넘어 전 인류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른 점에 대해선 여러모로 아쉬운 생각도 든다. 어찌됐건 이화백의 만화판에서야 ‘군현제’와 ‘봉건제’의 차이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나는 이화백이 대중들에게 좋은 교육을 전해줬다고 생각한다.

군현제와 봉건제의 차이.jpg

물론 역사가 그랬듯이 누구나 다 아는 항우와 유방이 등장하고 진시황이 세운 진나라는 허망하게 채 1세대가 끝나기도 전에 멸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그 전에 ‘춘추전국이야기’ 11권에서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진승과 오광이 장초를 세우는 감동적인 장면이 먼저 나왔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는 명대사는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항우와 유방의 활약상은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일부러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다. 오히려 나는 진시황이 세운 진나라의 파멸 과정과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몰락하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진시황을 도와 통일의 일등공신이었던 이사. 그 이사가 만약 소꿉친구였던 한비(보통 한비자로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한비자는 한비가 쓴 책의 제목이다)랑 친하게 지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가 조금만 더 친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함께 협력하며 삶을 살았다면 그의 말년이 달라졌을까? 그리고 조고에게 단호하게 대항하며 진시황의 맞아들 부소를 지켰다면, 역사가 바뀔 수 있었을까? 기껏 조고와 협력했지만 말년에 돌아오는 쓸쓸한 그의 죽음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유방과 항우의 장작에 불과했던 진승
한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소꿉친구 이사의 비참한 최후

 

이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조고의 비참한 최후

수많은 군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 헬레니즘 왕국들의 몰락과 같은 사이코드라마를 보는 기분일 수 있다. 이 사람도 죽고 저 사람도 죽고 나중엔 그 사람도 마지막으로 죽어버린 사람의 인생도 허무하다 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적 차이점을 인지하면서 현재의 내 삶에 어떠한 것을 더하고 뺄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확실한 건 역시 이화백의 작품은 단순하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되었다’라고 이해하는데 가장 최적화된 담백한 학습만화 스타일이라는 것을 다시 알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그분의 장점이라 볼 수 있다.

한 가지 기괴한 팬아트를 그렸다. 항우와 진시황은 저승에서도 서로 미워하고 증오할 것이라는 것. 그것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