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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식민지 근대화의 실상 - 반일종족주의 비판

KITVS 2025. 6. 13. 20:59

책 표지

 

이미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을 나만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그 느낌과 소감을 쓴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반일은 영원할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선 내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려고 했으나 내 의지와 관계없이 2019년에 일어난 한일간의 갈등과 그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경제적 피해 때문에 나까지 감정에 사로잡혀 그 책을 구매해 동조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사실 원망감은 아직도 남아있다. 나는 유대인들의 탈무드 격언처럼 원수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리고 더 유명해지고 인기가 많아져라.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수다를 마음속에 새기며 즐겁게 인생을 사는 것만이 진정한 반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은 단순하고 빠른 것을 원하듯 일본의 고위 정치인들이 한국 법관들과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전원이 엎드려 절하는 모습과 같은 규모의 일이 아니면 결코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혐일 사상에 물든지 오래라 이 문제는 참으로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한다.

 

 

목차

 

 

이 사회에 처음으로 나름 정중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반일은 안 좋은 것이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책이 나온 것에 대해 처음엔 머뭇거렸던 기존 역사학계에선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 교수가 저술한 ‘신친일파' 와 여러 역사학자들이 함께 모여 편찬한 '일제종족주의’라는 책을 발표해 반일종족주의에 반격을 했고 이영훈은 여기에 맞서 또 이를 보강하는 역반론을 하는 책을 또 냈다.

 

당연히 평범한 시민들은 이영훈보단 호사카 교수+역사학자들의 주장을 더 옹호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많았다. 그 이유로는 일제종족주의를 비롯한 이영훈과 그 주변학자들이 쓴 책에 대한 학문 그 자체를 이용한 비판보다는 이런 책을 쓴 사람들은 일본우익들의 자금을 받아서 활동하는 스파이들이므로 우린 이들을 발본색원해야 합니다!’를 반복하는 느낌이라 너무 감정적인 대처도 섞인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식이면 현재 지나치게 좋은 얘기만 하는 중국에 관련된 학자나 칼럼니스트들도 매수된 어용학자들이라는 꼴이라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 이영훈과 같은 경제학자 출신이면서 역사관련 책을 저술한 전용덕 대구대학교 명예교수의 책 <식민지 근대화의 실상>은 기존의 반일종족주의 비판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줬다. 물론 이 책도 감정적으로 쎄게 나가는 부분이 많다. 이건 당연한 것일지도.

 

내가 이 책을 주목했던 이유도 이책을 읽은 다른 지인분들의 증언처럼 기존의 반일종족주의를 비판한 관점도 한계가 분명하고 이 부분은 보강 혹은 전면 교체가 필요할 정도로 반일종족주의 찬성론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는 글을 보고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것은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서적들의 공통점이겠지만 우선 자신의 주장을 어필하기 위해 미리 거대한 결론을 정해두고 이를 보강하는 식으로 그 근거들을 나열하는 방식이 있기에 이 책도 의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이러이러한 걸 순전히 그런 것으로 알고 그대로 문제가 없다는 궤변을 남겼습니다. 그들은 명백히 틀렸습니다.’라는 단호한 문장으로 반일종족주의 찬성파들의 기분을 긁는데 성공했다.

 

내가 읽은 바로는 결론을 정하고 쓴 것 같아도 일단 이영훈 교수와 주변 학자들이 다시 또 새 책을 집필해야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고 언급하는 책이라 두 개를 모두 다 읽어야한다고 느낀다. 단지 지인들이 말했듯이 기존의 진보성향, 민족주의성향 저자들이 반격에 쓰는 방식을 어떤 식으로 비판했는지에 대해선 잘 찾기 어려웠던 점이었다. 일단 나만의 생각을 열거해보자면...

 

 

 

 

일단 이 책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애초에 한국 사회에서 분란을 일으킬 정도로 문제가 될 만한 해당 역사사관의 명칭은 식민지 근대화론이 아닌 식민지 시혜론이었다. ‘니들이 욕하던 일제 때 오히려 인구 늘어나고 조선 왕조때에는 더 엉망아니었느냐라는 비교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이 조선을 이뻐해서 근대식 생활을 전수하고 강제로 훈련시킨 것이 아니라 더 잘 부려먹기 위해 강제로 현대화를 진행한거다.’라는 입장을 고수중이고 이는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책도 그러한 관점도 잘못됐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일제는 한국인을 일본인과 동급으로 여기지 않고 한수 아래로 여겼고 아직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은 1900년대 초부터 한반도로 이주한 일본인 민간인들도 한국인을 무시하는 것이 당연시 될 정도로 잔혹한 차별사상을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한 모든 제도들은 조선 사람들이 죽도록 고생만하고 이에 대한 이득은 거의 받을 수 없다고 확인사살을 하는 것. 예를 들어 기존의 반일종족주의 계열 학자들은 그래프를 보면 인구도 증가하고 임금도 일본인과 한국인의 차이가 크지 않다라고 발언하면 전용덕의 책에선 아니다. 꽤 큰 차이가 있고 일부러 작정하고 조선인들은 더 쉽게 다치고 죽도록 방치되거나 몰아가게끔 했다.’로 반격하는 식이다. 이걸 모으고 또 모으면 하나의 책이 되고 이것이 바로 전용덕의 저술서라 볼 수 있다.

 

일단 내 입장에선 일본의 한국병합은 러시아 제국이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을 잡아먹거나 대영제국이 아일랜드를 수백 년 동안 통치한 것과 같은 급이라 생각했다. 상대국가가 망하기 전부터 해당 국가의 국민들을 한수 아래로 여기고 멸망시킨 후에는 적극적으로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소외시켜 두 번 다시 클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괴롭힌 것까지 똑같았다. 교육과 혜택도 큰 차이를 두게 해서 장기적으론 월등히 더욱 열등한 입장에 놓이게 만드는 것도 러시아-대영제국식 동화주의에 가깝다고 느낀다. 책에선 주로 그래프와 신문자료, 보고서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온갖 불합리한 억압과 무서운 분위기로 조선인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강제적인 살기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볼 수 없는 강압적 근대화가 대부분이었습니다.’로 결론이 나며 아예 반일종족주의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간과했던 한반도의 군수공업화군국일본의 전쟁 사회주의화로 다르게 부른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덧붙여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생각했던 관념이 조선을 까면 일제를 옹호하는 것이 되고 일제를 까면 조선을 옹호하는 양비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이었는데 적어도 전용덕 교수는 구한말의 상황에 대해 조선인 지식인들과 서구권 선교사들은 근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좋게 표현한 반면 고종황제와 명성황후 민씨(민비)는 명백히 제국 선포를 통해 민주정을 후퇴시키고 아까운 역사적 기회를 놓쳤기에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하는 시각을 보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비련의 여주인공 취급을 받던 고종이 여기선 군국주의 일본 못지않은 악역으로서 한국사에 안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끼친 안타까운 인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이런 부분이 제일 흥미롭고 재밌었다.

 

물론 나는 여기서 반일종족주의 찬성파 학자들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 또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반박 서적을 만들 것이고 또 이에 따른 재반박 서적도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무의미한 평행선과 감정적 증오보다는 확실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더욱 치밀한 역사해석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책에서도 미처 완전히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이 많은데 과연 평범한 일본인 시민들은 일본의 지배계층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들도 마냥 혜택만 받은 건지에 대한 고찰이었다. 나는 의외의 자료를 통해 산미증식계획은 조선인들을 더욱 배고프고 힘들게 만들었으면서 동시에 이로인한 가격하락으로 본토 일본인 농부들의 삶도 크게 후퇴시켰다라는 결론을 봤기 때문에 마냥 이 시대의 일을 한국인만 고통 받았다고 함부로 결론내리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요 관건은 반일종족주의의 서술방식을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자칫하면 결국 군국일본의 군인과 민간인 모두 조선인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던 상태라는 결론을 빠질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다고 본다. 이는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로 취업사기로 청춘을 날려버린 사람들로는 조선인 여성뿐 아니라 일본인 여성들도 있었다는 것을 빼먹으면 안 되는데 현 한국사회가 그 부분은 철저히 무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일본인들은 80년대 버블경제시기 못지않게 자국의 전성기로는 1920년대의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도 만만치 않은 낭만의 시기로 좋게 평가하는데 한국인이라면 이 시기를 항상 적대해야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엄연히 현대 열강들이 일본은 유일하게 아시아에서 제국주의가 된 나라며 확실히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라고 인정한 반면 이 책의 논지로 따지자면 겉모습만 변하고 실제론 바뀌지 않았다는 찝찝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도 제3공화국 이후로 본격적인 변화와 긍정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일어났다고 서술하지만 명백히 권위주의 군부독재는 일본의 영향이므로 이는 일본 사회가 잘 숙지해야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덕분에 대한민국 초중기 역사와 일본의 막부말기를 동시에 까는 위엄도 보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마냥 환영할 수도 없고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는 기분이 든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환영하는 바이며 일단 서평은 이것으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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